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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5일 오후 10:30
우선 이 글을 쓰고 있는 상황은 카카오 서버가 다운 되어 나의 하루 1 포스팅이 다시 무너졌다. 억울하다… 🤬
🤫 구매 이유
불과 얼마 전에 키보드에 꽂혀서 잠을 못 잔 적이 있다. ‘아… 나도 블로그에 글 쓰고 코딩하느라 타자를 많이 치는데 좋은 키보드를 가지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에서부터 시작했다. 차를 살 때 모닝을 사러 갔다가 벤츠를 끌고 나온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처음은 가성비 괜찮은 키보드를 찾기 시작했으나 결국에는 해피해킹까지 귀결되었다. 사실 내 형편을 생각하면 좋은 키보드는 사치품이다. 오롯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처지가 아니기도 하고 곧 이 교육기간도 끝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간 앓고 있던 아이패드 처분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해졌다.
몇 년 전 선물로 콕스의 무접점 키보드를 받았다. 그전까지 컴퓨터 사면 딸려왔던 키보드나 갑자기 고장나 마련했던 2만원짜리 로지텍을 썼던 걸 생각하면 무접점은 꽤나 어려운 키보드였다. 눌렀다고 생각 안 했는데 이미 눌려져 입력되어있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이 무접점 키보드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밀려왔다. 예상과는 달리 2년 정도 잘 쓰고 있는 것은 물론, 해피해킹까지 구매한 걸 보면 적응은 끝났다. 그래서 위와 같이 키보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기왕이면 좋은 걸 사서 써보자는 허세가 꿈틀대어 이 키보드를 가져오게 되었다.
또 하나, 해피해킹의 구입처나 매물이 다른 키보드들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서 찾기가 수월하기는 했지만 반대로 고르기에는 어려웠다. 새거로도, 중고로도 매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자 기기는 대체로 새거를 사는 편인데, 키보드는 손으로 직접 타자를 치는 기계이다보니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많이 썼든 아니든 유무를 떠나 가격 방어가 잘 되어있었기 때문에 중고로 사고 맞지 않아 되팔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 매물 역시 많지 않았는데, 심지어 몇 년 쓴 물건임에도 다른 전자 기기들과는 달리 싼 가격은 아니었다. 열심히 찾던 중 다른 옵션들까지 포함했는데도 가격이 더 싼 하이브리드 일반 모델과 가격이 비슷한 매물이 있었다. 바로 연락을 드렸고, 쿨하게 거래가 성사됐다.
⌨️ 디자인
실물로 보자마자 😮 와… 밖에 안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키보드를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10만원 이상의 키보드를 실물로 접한게 사실 2번째라 그런가 이전에 쓰던 사무용 키보드와는 다부진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자판이 알알이 박혀있는 모습도 좋았다. 화살표나 숫자키가 없고 프레임까지 최소한의 여백으로 이뤄져서 손이 작은 나한테도 부담스러운 크기가 아니었고 휴대성까지 있어보였다.
매물 예약 이후부터 키캡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비싸다는 말에 알리 익스프레스를 열심히 뒤져보았지만 토프레 키캡은 8~10만원인데도 이쁜 모델은 없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키캡은 13만원 정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라고 생각했다. 매일 자려고 누웠다가도 핸드폰으로는 키캡 찾느라 늦게 잔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 타건감
아직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거라 예상한다. 매일 자판을 친다는 기준으로는 일주일이고 집 컴퓨터가 아닌, 노트북을 들고 갈 때만 사용하는 거라면 한 달 정도? 그래봤자 맥북에 이미 익숙해져서 화살표, ~ ₩ ` 정도만 신경 쓰이지 나머지를 여느 키보드랑 다를게 없다.
해피해킹 사용 후기를 보면 초콜렛을 부러뜨리는 느낌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너무 부드럽지도, 쉽지도 않고, 무언가 누르는 순간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다.
📅 6개월 사용기
타이핑
구매하고나서부터 글을 작성하는 오늘까지 대략 6개월이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너무 좋다. 어느 정도로 좋냐면,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는 **콕스 COX 무접점 키보드**인데, 이 키보드로 자판 치는 것보다 오타도 낮고 타자 속도도 최소 50타는 늘었다. 이건 왜 빨라졌는지 모르겠어서 의아하다.
밖에 나가서 공부를 자주 했는데 **16년도 맥북프로의 나비식 키보드**도 좋다고 쫀쫀하게 손에 붙는 맛이 있어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피해킹의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점차 나비식 키보드의 키감에 이질감을 느꼈다. 주로 블로그나 공부한 내용 정리, 코딩 위주로 타이핑을 했는데 처음에 적응만 잘 하면 이전까지 사용했던 키보드들보다 타이핑이 재밌고 편했다.
특히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타자 연습을 하면서 타건 소리 들으면 기분이 매우 좋다. 물 끓는 소리나 초콜릿 부러지는 소리 이런건 모르겠지만 어릴 때 손에 닿는 감촉이 종이 같고 자판이 서걱거리며 내려갔다 올라가는 소리와 무게감이 좋다. 이 느낌을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아무튼 좋다. 아무튼 좋다는게 중요하다!
배터리
블루투스 모델에 유선 충전 모델이 아니다보니 뒷편에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전에 관련 포스팅에서는 3개월이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된다고 해서 자주, 오래 사용하니 1개월에 한 번쯤 바꾸겠구나 싶었는데 지금까지 배터리 교체 없이 사용하고 있다. 중간에 사용 빈도가 떨어졌던 걸 감안해도 거의 매일 4시간 이상 타이핑 했으니 배터리 효율이 좋다.
키캡놀이
위 사진을 봐도 알겠지만 아직까지 순정이다. 따로 기름칠을 해주지도 않았고 주요 키캡만 바꾸지도 않은… 커스터마이징이 하나도 안 들어간 바닐라 상태이다. 이제 익숙해진 터라 무각도 생각은 했었지만 글자가 있는게 더 이뻐서 바닐라로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총평
더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앞으로도 더 사용하면 사용했지, 방치하거나 당근하지 않을 예정이다. 집이든 밖이든 해피해킹으로 타이핑을 하면 작성하는 글이 재미없더라도 작성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